세상이 변한 건 내가 열네 살이던 해였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이 쪼개지듯 균열이 생기더니, 그 틈새로 던전이 쏟아졌다. 서울 한복판에 지하 30층짜리 던전이 생겼고, 부산 앞바다에는 바다 던전이 생겼다. 처음엔 사람들이 패닉에 빠졌다. 군대가 투입됐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리고 각성자가 나타났다.
던전 에너지에 반응해 특별한 능력을 얻은 인간들. 그들은 스스로를 각성자라 불렀고, 시스템이라 불리는 마법 같은 인터페이스를 통해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습득하고, 몬스터를 사냥했다. 처음엔 소수였던 각성자는 이제 전 세계 인구의 3%에 달했다.
나, 강한별도 그 3%에 속한다.
다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야, 한별아. 오늘도 레벨 안 올랐지?
던전 입구 앞 집결지. 오늘 파티를 짜러 나온 각성자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쳤다. 돌아보니 D등급 각성자 최진혁이 비실비실 웃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시스템 창을 열었다.
강한별 / 각성자
레벨: 1
등급: 미분류
스킬: 없음
레벨 1. 각성한 지 14년이 됐는데 레벨이 1이다. 이 업계에서 나만큼 유명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좋은 의미로가 아니라.
아직이야.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에이, 형. 그냥 관두지. 레벨 1로 뭘 한다고. 파티 넣어줘도 매번 짐만 되잖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나는 각성자 중에서 유일하게 레벨 성장이 멈춘 케이스였다. 전 세계 각성자 수백만 명 중에서 딱 한 명. 연구자들은 내 몸을 들쑤셔댔지만 원인을 못 찾았고, 결국 이상 각성체라는 꼬리표만 붙여줬다.
오늘은 혼자 간다.
어디?
나는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심연의 탑.
뒤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비웃음이었다.
심연의 탑.
서울 외곽에 생긴 던전으로, 각성자들 사이에서는 금기어처럼 불리는 곳이다. 20년 전 처음 발견됐을 때 S급 각성자 다섯 명이 공략을 시도했다가 전원 사망했다. 그 후로는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그 앞에 서 있었다.
던전 입구는 거대한 검은 문이었다. 다른 던전들이 균열처럼 찢어진 공간으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이곳은 진짜 탑이었다. 까마득하게 높은 탑. 몇 층인지도 모른다.
뭐라도 얻으면 다행이고, 못 얻으면 그냥 죽는 거지.
14년을 레벨 1로 살았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나는 문을 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