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훈이 눈을 떴을 때,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이 발작하듯 깜빡이고 있었다.
낡은 형광등이었다. 주기적으로 지직거리며 빛을 토해냈다가 삼키기를 반복했다. 그 아래로 매캐한 담배 연기와 찌든 땀 냄새가 섞인 공기가 짓눌러왔다.
'1999년.'
도훈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딱딱한 철제 의자 탓에 엉덩이가 얼얼했다. 손목을 조여오는 차가운 감각. 수갑이었다.
취조실.
벽에는 누렇게 변색된 달력이 붙어 있었다. 빨간 숫자로 선명하게 찍힌 날짜가 시야에 들어왔다.
1999년 3월 4일.
도훈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그것만이 유일한 동요였다.
'맞아. 여기가 시작점이다.'
수갑이 채워진 손을 들어 얼굴을 훑었다. 뺨이 매끈했다. 면도 자국 하나 없는, 스물일곱의 얼굴. 2024년의 그를 괴롭혔던 깊은 주름과 흉측한 칼자국은 흔적도 없었다.
철제 문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덩치가 산만한 남자가 들어섰다. 넥타이를 반쯤 풀어헤친 채 서류 파일을 옆구리에 낀 형사였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 그리고 도훈을 이미 범인으로 낙인찍은 듯한 서슬 퍼런 눈빛.
오동석이었다.
'아직 나를 모르는, 젊은 오동석.'
도훈은 그의 얼굴을 조용히 살폈다. 기억 속 2024년의 오동석은 퇴직 후 술에 절어 살던 초라한 노인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그는 혈기왕성한 사십대 초반의 불독 그 자체였다.
오동석이 파일을 책상에 내팽개쳤다. 의자를 거칠게 끌어당겨 앉는 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어젯밤 열한 시, 마포구 망원동 골목. 너 거기 있었지?"
도훈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오동석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야, 이 새끼야. 벙어리야? 사람이 물어보잖아!"
"저는 벙어리가 아닙니다."
도훈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나른하기까지 했다. 밤샘 취조를 당한 용의자의 반응이 아니었다.
"그럼 똑바로 대답해. 거기 있었냐고."
"있었습니다."
오동석이 상체를 훅 들이밀었다.
"피해자 김민준, 스물셋. 뒷골목에서 머리가 함몰된 채로 발견됐어. 현장 반경 오십 미터 안에 네가 있었고, 목격자가 둘이야. 할 말 있어?"
도훈은 잠시 형광등을 올려다봤다.
지직.
등이 또 한 번 명멸했다.
"범인은 제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