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윤은 죽었다.
정확히는, 죽었어야 했다.
옥상 난간 너머로 몸을 던지던 그 순간의 감각이 아직도 손끝에 남았다. 차가운 쇠 난간의 감촉, 귀를 때리던 바람 소리, 그리고 모든 감각이 점멸하던 그 공백.
그런데 지금 그는 연습실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뺨에 닿는 건 차가운 장판이었다. 형광등 불빛이 시야를 찔렀다.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나왔다.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베이스 소리가 가슴뼈를 두드렸다.
‘……살아있다.’
도윤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거울이 보였다. 전신 거울 속에 열아홉 살의 자신이 서 있었다. 뺨에 살이 붙어 있었고, 눈 밑의 짙은 다크서클은 아직 흔적조차 없었다. 무너지기 전의 얼굴이었다.
손이 저절로 뺨으로 올라갔다. 차가웠다. 진짜였다.
"야, 한도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도윤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강시우가 수건으로 목의 땀을 닦으며 서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운동복 소매를 걷어붙인 팔뚝. 스물두 살의 시우 형이었다. 아직 스캔들이 터지기 전, 모든 것이 무너지기 전의 얼굴.
"연습 중에 왜 쓰러져 있어. 밥은 먹었냐?"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시우의 눈썹이 살짝 모였다. 그는 성큼 다가와 도윤의 이마에 손등을 갖다 댔다. 체온을 확인하는 거친 손길이었다.
"열은 없네. 얼굴이 왜 이래, 귀신 봤어?"
‘귀신.’
도윤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귀신이 있다면 그건 자신이었다. 이미 한 번 죽은 사람이 다시 이 시간 속에 서 있으니까.
도윤은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무릎이 흔들렸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괜찮아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잘 나왔다.
"오디션이 언제죠?"
시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
"갑자기? 사흘 뒤잖아. 너 설마 까먹은 거야?"
사흘.
도윤은 숫자를 머릿속에서 굴렸다. 스타더스트 연습생 최종 평가 오디션. 합격하면 데뷔조, 탈락하면 계약 해지.
전생에서 이 오디션은 도윤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합격했고, 어차피 그 이후가 지옥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도윤은 거울을 다시 봤다. 열아홉 살의 자신이 거울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 서늘한 눈빛.
‘최태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