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었구나."
혁련무는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며 뇌까렸다.
쇠사슬이 파고든 자국이 손목 둘레를 빙 돌아 새겨져 있었다. 살이 짓물러 딱지가 앉은 자리. 열네 살짜리 아이의 손목이었다.
전생의 혁련무는 이 손으로 천마신교의 교주인(敎主印)을 쥐었었다.
***
냄새가 먼저 돌아왔다.
썩은 짚단 냄새, 쇠 녹슨 비린내, 수십 명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릿한 체취.
흑혈동(黑血洞).
마교가 쓸모없는 인간들을 집어넣어 소모하는 최하급 노예 수용소. 혁련무는 눈을 뜨지 않고도 이곳이 어디인지 알았다.
전생에 단 하루도 발을 들인 적 없는 곳이었지만, 이 지독한 악취는 보고서에서 수없이 읽어 익히 알고 있었다.
'가장 밑바닥이군.'
눈을 떴다. 천장이 낮았다.
거친 암반이 횃불 그을음으로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고, 그 사이로 스며든 물이 돌 표면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혁련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팔다리가 제멋대로 떨렸다. 단전은 텅 비어 있었고, 내공의 씨앗조차 없는 빈 그릇이었다.
주변을 훑었다.
수십 명의 노예가 바닥에 쓰러져 있거나 멍하니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아있지만 영혼은 이미 빠져나간 듯한 눈들이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덩치 큰 노예 하나가 작은 노예의 밥그릇을 발로 걷어차고 있었다. 작은 노예는 저항하지 않았다. 엎질러진 죽을 손으로 긁어모아 입에 넣을 뿐.
혁련무의 눈이 그 비참한 광경을 지나쳐 수용소 안쪽으로 향했다. 북쪽 벽이었다.
전생의 기억 속에, 이 흑혈동 지하 삼 장 아래에 고대 마도사가 봉인해둔 영약이 잠들어 있었다.
혈마단(血魔丹).
단전이 파괴된 자도 복구할 수 있다는 전설의 영약. 전생에서 이것을 먹은 자는 따로 있었다.
백무결.
훗날 혁련무의 등에 칼을 꽂았던 그자가, 이 영약 하나로 마교 제일의 무사로 발돋움했다.
'이번엔 내 것이다.'
내 것에는 손대지 마라.
혁련무는 손목의 쇠사슬을 내려다봤다. 자물쇠 구조를 눈으로 훑었다. 단순했다.
전생에 천하를 호령하던 자가 이런 고철 덩어리에 묶여 있다는 사실이 실소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때, 무겁고 느린 발소리가 수용소 입구 쪽에서 다가왔다.
혁련무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대신 눈꺼풀을 반쯤 내리깔고 덩치 큰 노예처럼 벽을 바라봤다.
챙, 채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