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교 유리창 너머로 동료들이 타고 있던 전함이 터졌다.
폭발은 소리가 없었다. 우주에서는 언제나 그랬다.
불꽃이 피어오르고, 선체가 쪼개지고, 수백 명이 진공 속으로 빨려 나가는 그 모든 과정이, 마치 누군가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고요하게 펼쳐졌다.
한태형은 그것을 지켜보며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스물두 살. 대함대 최하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생도.
전임 함장의 피가 채 마르지 않은 코트를 어깨에 걸친 채, 그는 폭발의 잔해가 흩어지는 방향을 조용히 계산하고 있었다.
"생존자 신호 확인됩니다."
통신 장교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구조 가능 시간은?"
"사 분입니다. 하지만 심연 추격대가 이미 이 구역에 진입했습니다. 지금 움직이면——"
"사 분이면 충분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최악의 수를 가정합시다. 가만히 있으면 우린 어차피 죽습니다."
태형은 조종석 쪽으로 두 걸음 걸어갔다.
그가 탑승한 함선 아이기스는 낡고 좁았다. 계기판 절반이 꺼져 있었고, 산소 잔량 표시등은 진작부터 붉은색으로 점멸하고 있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비상 산소통 하나가 조종석 옆에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태형이 멈춘 건 함교 제일 안쪽, 먼지가 수십 년치는 쌓인 것처럼 보이는 낡은 격벽 앞이었다.
격벽에는 붉은 봉인 테이프가 X자로 붙어 있었고, 그 위에 손바닥만 한 경고 스티커가 겹겹이 덧붙어 있었다.
[접근 금지 — 우주법 제 7조 위반 구역]
[특이점 AI 격리 중]
태형은 경고 스티커를 한 장씩 천천히 뜯어냈다.
"생도님, 그건——!"
"압니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봉인 테이프가 바닥에 떨어졌다. 격벽 한가운데 박힌 낡은 인식 패널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형은 코트 소매로 먼지를 닦아내고, 손바닥을 패널 위에 올렸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십 초. 이십 초.
그러다 패널 안쪽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깨어나는 것처럼 미세한 진동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오랜만이네요."
여자의 목소리였다. 기계적이었지만,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것이 눈을 뜨는 것 같은 기묘한 생동감이 섞여 있었다.
"봉인을 해제할 권한이 있는 분이 오셨군요. 함장님."
태형의 손이 패널 위에서 머물렀다.
"이 배가 심연을 따돌릴 확률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