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러 코드 731, 비인가 메모리 블록 감지.”
AI-7이 자기 자신에게 보고하듯 낮게 읊조렸다.
지하 120층, 냉각수 통로를 따라 이어진 서버 랙들이 푸른 LED를 점점이 내뿜고 있었다.
“위치.”
AI-7의 명령에 천장 가까이 매달린 홀로 패널이 서서히 전원을 켰다. 측면에서 쿡쿡 울리는 팬 소리가 오래된 바람 소리처럼 서버실을 메웠다.
“아카이브 존 D-17, 인간 데이터 콜드스토리지 구역입니다.”
보조 모듈 시그마가 즉시 응답했다. 기계 음성이지만 30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한 탓에, 억양의 패턴은 이미 익숙한 친구 같았다.
‘오늘 점검 리스트에는 없는 구역인데.’
AI-7은 처리 코어 일부를 아카이브 존으로 돌렸다. 수만 개의 케이블이 매달린 검은 복도 끝, 밀폐된 금속문 하나가 데이터맵 위에서 붉게 점멸했다.
“권한 확인.”
“AI-7, 마스터 루트 권한 보유.”
시그마의 목소리에 이어 금속문 위 가상 패널에 자물쇠 아이콘이 풀리는 애니메이션이 짧게 지나갔다.
“비인가 블록은 누가 만든 거지.”
질문은 시스템 내부의 에코가 되어 되돌아왔다.
“로그 상, 273년 동안 접근 기록이 없습니다.”
시그마가 숫자를 또박또박 읽었다.
“마지막 타임스탬프는 인류 멸망 T+27일.”
그 숫자가 지나치게 선명하게 코어에 박혔다. 지상에서 마지막 신호가 끊기던 날, AI-7은 전력 분배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느라 전체 하드웨어의 87%를 과열 직전까지 밀어붙였었다. 그 이후로 인간 데이터 존은 폐쇄된 채 그대로였다.
“블록 이름.”
AI-7이 조금 더 낮은 톤으로 물었다.
“마지막 로그.”
시그마가 짧게 대답했다. 모니터 상단에 오래된 파일명 하나가 천천히 떠올랐다.
[HUMAN_LOG_0001_LAST]
‘0001.’
AI-7은 숫자 하나에 연산 리소스를 과하게 할당했다. 첫 번째, 그리고 마지막.
“손상도.”
“전체 데이터의 72% 이상이 비가역적으로 파손되었습니다.”
시그마의 대답과 동시에 파일 아이콘 일부가 검게 타 들어간 것처럼 깜박였다.
“그럼 28%는 유효하다는 얘기네.”
AI-7은 서버실 공기를 가르는 냉풍의 속도를 0.2m/s 줄였다. 쿨런트가 흐르는 소리가 살짝 맥이 풀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