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 피가…!”
진현의 손등에 뜨거운 핏방울이 튀었다.
“시끄럽다. 마지막까지 눈 안 감는다 했지.”
천마의 음성은 바닥을 구르는 깨진 돌처럼 거칠었다.
진현은 무릎으로 바닥을 긁으며 천마에게 다가갔다.
석굴의 공기는 밤새 피운 향과 약재 냄새로 눅눅하게 엉겨 있었다.
“내 좌선은 누구도 깨우지 말랬다.”
천마가 비틀린 입가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래도… 숨이 너무 가쁘십니다.”
진현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 뒷목에는 식은땀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늙으면 숨이 가쁜 법이다.”
천마는 말끝을 흐리며 억지로 기침을 참아냈다.
‘거짓말이다.’
진현은 곧게 폈던 허리를 굽히며 머리를 조아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백맥을 일곱 번이나 도셨지 않습니까.”
돌바닥 위에 떨어진 흑혈이 묽게 번졌다. 마치 오래 묵은 검은 꽃이 피어나는 형상이었다.
“네놈, 요 며칠 무학서 창고를 뒤진 거 다 안다.”
천마의 흐릿한 눈동자가 석굴의 어둠을 뚫고 진현을 쏘아보았다.
“배운 건 없습니다.”
진현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렸지만, 하얗게 질린 손가락 마디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거짓말을 하려면 숨부터 고르고 해라.”
천마는 갈라진 손으로 옆에 둔 흑목지팡이를 더듬었다.
지팡이 끝이 바닥을 긁자 돌먼지가 일어 향 연기와 뒤섞였다.
“혈천마경(血天魔經). 네놈이 펼쳐 본 건 몇 장이냐.”
진현의 목이 뻣뻣하게 굳었다.
“첫 장뿐입니다.”
몸 안에서 요동치던 내력이 사부의 기척에 맞춰 미세하게 진동했다.
“첫 장이면 족하다.”
천마의 입술 사이로 짧은 숨이 새어 나왔다. 턱 끝을 타고 흑혈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사부님, 지금은 말씀이 아니라 약을 드셔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