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님, 편지요.”
박도진은 보고서 위에 떨어진 크림색 봉투를 훑었다.
우편물 담당 순경이 손가락으로 봉투 모서리를 톡 건드렸다.
“요즘 누가 손으로 편지를 써요. 스팸 같아서 그냥 버릴까 하다가 가져왔습니다.”
박도진이 쥐고 있던 볼펜을 탁 내려놓았다.
“발신인은.”
“앞뒷면 다 봤는데 우체국 도장뿐이에요. 11월 1일 자.”
그는 봉투를 집어 들었다. 종이는 얇았지만 손끝에 오톨도톨한 문양이 걸렸다.
“어디서 온 건데.”
“남서구 중앙우체국요. 형사님 관할 쪽이죠?”
익명 편지. 하필 이 타이밍이다.
봉투 구석에 숫자 ‘11’이 연필로 작게 적혀 있었다.
“이거, 네가 쓴 거 아니지.”
순경이 질색하며 두 손을 내저었다.
“아이, 요즘 분위기 아시잖아요. 농담이라도 그런 건 안 합니다.”
사무실 한쪽 TV에서 앵커의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열 번째 피해자, 여중생 A양의 장례는 유가족 뜻에 따라 비공개로….
박도진은 리모컨을 눌러 화면을 지웠다.
책상 위 사건 파일 표지에는 ‘11월 연쇄 살인’이라는 글자가 굵게 박혀 있었다.
“그 편지, X 파일 관련 아닙니까?”
옆 자리 팀원 김하진이 의자를 돌리며 끼어들었다.
“열 번째까지는 언론사로만 갔잖아요. 경찰한테 직접 온 건 처음이네.”
박도진은 대답 대신 서랍에서 커터칼을 꺼냈다. 봉투 가장자리를 곧게 그어 종이를 갈랐다.
안에서 접힌 A4 용지 한 장이 나왔다. 그는 숨을 멈춘 채 종이를 폈다.
종이 한가운데, 이름 세 글자가 검은 펜으로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뭐라고 적혔어요?”
김하진이 목을 길게 빼고 들여다봤다.
박도진은 종이를 제 쪽으로 당기며 입술 안쪽을 짓씹었다.
“윤소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이 고막을 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