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제발 눈을 떠 주세요!”
낯선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감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시끄러워.”
입에서 새어 나온 목소리는 분명 내 것인데, 이상하게 높고 맑았다.
‘뭐야, 나 아직 과제도 안 했는데.’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시야 가득 하얀 캐노피와 황금색 수놓인 천장이 밀려들었다.
“아가씨!”
갈색 머리를 단정히 묶은 소녀가 침대 가장자리에 매달려 있었다.
눈가는 붉게 짓물러 있었고, 하얀 앞치마 끝은 구겨질 정도로 비틀린 상태였다.
“…여긴 어디야.”
건조한 목을 울리는 낮은 중얼거림에 소녀의 눈이 커졌다.
“다, 다행이에요… 정말로 깨어나셨어요, 아가씨.”
나는 반사적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뜨거운 피부 아래에서 심장이 거칠게 박동했다.
‘버스… 브레이크 소리… 그 다음이….’
생각이 그 지점에서 뚝 끊겼다. 손끝에는 매끄러운 실크 시트의 감촉만이 남았다.
“…혹시, 여기 병원이야?”
“병… 원이요?”
소녀는 생소한 발음을 따라 해 보다가 어정쩡하게 입을 다물었다.
“여긴 프란제 공작가 별관, 아가씨의 침실입니다.”
귀에 익지 않은 단어들이 쏟아졌다.
프란제. 공작가. 별관.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눈동자가 천장 장식에서 벽난로, 그리고 벽을 가득 메운 유화들로 천천히 이동했다.
깃털처럼 부푼 커튼에는 붉은 장미 덩굴이 정교하게 수놓여 있었다.
금테로 장식된 거울에는 무언가 번뜩이며 시선을 끌었다.
“거울.”
쉰 목소리로 내뱉자 소녀가 얼른 허리를 숙였다.
“지금 몸을 일으키시면 안 되는데… 의사 선생님이 절대 안 된다고 하셨거든요….”
그러면서도 소녀는 부랴부랴 거울을 집어 와 침대 옆에 세워 두었다.
“조금만요. 금방 어지러우실 거예요.”
